진품을 살 수 있을리가 없지않은가. 당근 모조품.
나 때문에 산건 아니고, 선물목적 지름이지만 그래도 찍어봤다 한번(...)
9월30일, 35000원
최근 외할아버지께서 유달리 관심을 갖고 찾던 그림이 있었는데, 19세기 프랑스 화가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이다. 나같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몇번씩은 본 적이 있는 밭에서 밀을 줍는 여낙네들을 표현한 그림 이삭줍기를 발표한 그 사람인데, 그의 또 다른 작품 만종을 알게된 것은 할아버지께서 만종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시면서부터의 일이었고.
원본은 프랑스 루브르에 모셔져 있을테니 복사본을 찾아보자 하고 화방을 좀 돌아다녔는데 없다 없어. 할아버지도 여러군데 다니시다가 포기하고... 그리고 별다른 지식없이 인터넷을 둘러보니, 가격대가 참 화려하다. 직접 모사된 것은 기본이 50부터 시작하고(...), 무척 작은 크기의 모사화도 15만원이 넘더라. '수제 레플리카는... 각하.' 쓴 웃음.
아트포스터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쪽도 보통 액자까지 같이 주문하면 10만원내외로 형성된다. 머리로는 납득해보지만 서민의 지갑으로는 도저히 열리지 않는 지름신주문. 양산품을 찾아 계속 웹을 떠도는 중 액자배송포함 무려 3만5천원이라는 엄청나게 저렴한 옥션을 발견. 주문을 넣고, 이틀만인 오늘 받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 확인한 액자 가격 보다도 2배 가까히 저렴한 물건이기에 품질걱정을 상당히 했는데, 울퉁불퉁한 표면에 나름대로 미술작품 느낌을 재현하려는 수고가 느껴지는 프린팅이 꽤 감격.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렸더니 몹시 좋아하셨다.
만종이라는 이 작품에서는 열심히 땀흘려 근로하는 모습을 찬양한 노동의 고결함, 남편과 아내가 함께 협동하며 일하는 모습을 통한 가정의 고결함, 열심히 일한 뒤 석양에 타는 놀을 뒤로하며 기도를 올리는 신앙의 고결함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그림을 보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미술개론서을 다시 뒤적이는 정도까지의 동기부여는 아니지만 지금껏 청각에 편향했던 개인적인 기호를 좀더 넓혀보자 정도의 사고의 씨앗은 심어졌다고 할까?
내년이면 80대 꺾여 90을 바라보시는 연세에, 그림안의 석양밭 두 농부를 통해 자신도 평안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마치는 할아버지의 모습, 인간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멋지고 고상할 수 있구나... 랄까, 방금까지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멋져보이는 할아버지 뻑상태에 빠진 오후다.
좋은게 좋은거고 모든게 좋은거지. 나의 할아버지. 지금까지 수고가 많으셨고, 앞으로 계속 건강하셔서 손자녀석 지금보다 더 성장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증손자 안겨 드리는건 좀 힘들려나(웃음)?
(...) 그러고 보니 이거 판권은 제대로 지불하나?